[최자영의 금요칼럼]더불어민주당 대표 송영길은 왜 책임총리제에 목매는 걸까?

국회의 의원 구성만 대수인 국회가 국민 민초를 배반하고 있다‘통합정부’가 반드시 ‘책임총리’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다.제왕적 대통령제는 제왕적 국회와 같은 맥락에 있다유신독재가 앗아간 국민개헌발안권을 돌려달라유신헌법과 현행 1987년 헌법은 대의자 과두정치에서 같은 맥락에 있다

최자영 | 입력 : 2022/02/26 [07:38]

(기고=최자영교수)더불어민주당 대표 송영길이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국민통합 정부, 다당제 국민통합 국회, 분권과 협력의 민주적 권력 구조 등 시대적 요구를 담아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마련”했음을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대선에서의 결선투표 도입, 다당제, 통합정부, 총리 국회추천제 등의 개헌을 제안했다고 한다.(뉴스1, 2022.2.24.)

그 뜻은 양당제를 극복하고 비례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 여야 및 정부가 함께 국정에 참여하는 체제 도입을 내세워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정의당 후보 심상정, 새로운물결 후보 김동연 측에 호의적 제안(러브콜)을 냈다는 것이다. 송영길은 “세계 10위의 대한민국 경제 규모, 사회적 다양성, 민주주의 역량, 어느 것을 보더라도 승자 독식의 패권 정치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집권당의 독주', '야당의 발목잡기', '소수정당의 한계' 등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책임지는 집권 여당, 협력하는 야당, 제 목소리를 반영하는 소수정당 등 대통령과 국회가 협력하는 국민통합 정치의 선순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단다.

이 같은 송영길의 제안에는 크게 결여, 왜곡, 혼동된 것이 있다. 하나는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에 맞게 한국에 “민주주의 역량”이 있다거나 “분권과 협력의 민주적 권력 구조”, “국민통합 정치개혁안” 등을 언급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야정(여야 및 정부)이 함께 국정에 참여하는 체제 도입“, ”총리 국회추천제“를 내세운 것이다.

전자(前者)의 분권과 협력의 민주적 권력구조, 국민통합 등은 국회의원의 구성을 말하는 것으로 양당에서 다당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것은 국회 내 분권과 협력일 뿐, 보편적인 ”민주적 권력구조의 국민통합“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주권자인 국민 민초의 발언권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회주권은 인민주권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특히 민초가 뽑은 국회의원이 ‘불기속원칙(뽑아준 민초의 뜻에 구애받지 않는다)’을 천명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의원은 민초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5년 전 촛불혁명로 들어선 촛불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헌을 약속했고, 정부, 국회, 시민단체 각각 여러 가지 개헌안이 제시되었다. 거기에 괄목할 화두로서 국민개헌발안권, 국민소환권, 국민투표권(지금같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곧잘 폐기해버리곤 하는 법안에 대해 직접 투표권을 가지자는 것) 등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5년이 흘러 촛불정부 말기에 이른 지금 송영길은 국민 민초의 발언권을 빼버린 채, 국회만 대수로 보고 그 국회의 다당제 실현이 곧 ”민주적 권력구조의 국민통합“인 것으로 미화하고 있다.

송영길이 내세운 또 하나의 화두, ”여야정(여야 및 정부)가 함께 국정에 참여하는 체제 도입“, ”총리 국회추천제“는 국회의 다당제 지향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전자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대해 국회가 개입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 정당이 정부 행정에 참여하고, 또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 국정 수행에 협조해야 하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해서 내겠다는 것이다.

송영길은 이 같은 발상을 ”민주적 권력구조의 국민통합“인 것으로 규정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구상은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국회에서 행정부를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 ‘불기속원칙’에 입각한 국회가 마치 민초의 뜻을 대변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국회 구성을 다당제로 하는 것이 곧 민주주의의 실현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

유럽 민주국가들의 내각책임제(국회에서 총리를 내고 조각하는 것)는 우리 같은 극단적 중앙집권이 아니라 강력한 지역 분권에 입각해 있다. 그래서 국회나 대통령 자체의 권력이 우리와 같은 정도로 강하지 않다. 독일은 각 주(Bund)가 독자적 헌법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자치가 강하고,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는 의회가 갖는 비민주적 과두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투표제를 도입했다. 의회 자체가 기능이 약하거나, 의회 위에 국민 민초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는 권력구조이다. 송영길이 말하는 이른바 ”국민통합 정부“는 국민 민초에 빙의했으나 사실은 ”국민“이 아니라, 국회 내 ”정당 통합“의 정부일 뿐이다.

송영길은 "여야 협의로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총리의 인사제청 절차를 법률로 제도화해 진영을 넘어 최선의 인물로 국민 내각을 구성”, “'청와대 정부'에서 '국무위원 정부'로 개혁하겠다”고 했단다. 대단한 구상이다. 송영길은 국회에서 행정부를 완전히 접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경천동지할 몸살을 앓으며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이 지향하는 ‘통합정부’는 그냥 경계 없이 인재를 행정부에 기용하겠다는 뜻일 뿐, 행정부를 국회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송영길은 두 가지 우(愚)를 범하였다. 하나는 국민 민초를 권력에서 배제하고 국회 300명으로 과두체제를 수립하자는 것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민초가 직접 뽑은 대통령마저 국회의 마수 하에 종속시키려 하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은 대통령제를 ‘제왕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조작된 틀(프레임)에 기초한 것이고, 국회도 번번이 민의를 배반하는 ‘제왕적’ 존재라는 사실을 마파람 게눈감추듯 은폐하는 것이다. 그가 지향하는 책임총리제의 개헌은 삼권분립 체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려는 것이다.

사실 의원내각제나 책임총리제 등의 발언이 회자된 것은, 과문(寡聞)한 필자가 기억하기로,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다음이었다. 다시 말하면, 혹여 대통령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를 염려하여, 권력의 중심을 과두적 국회로 옮기고자 하는 것이다. 의도의 여부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그 같은 효과를 낳는다. 그런데 민초의 뜻을 배반하는 ‘불기속원칙’을 표방하고 있는 국회는 도무지 민주적이라고 할 수가 없다.

국회는 민주가 아니라 300명의 소수, 과두적 정치기구이다. 더구나 그 국회 내에도 각각의 국회의원들이 민주적 독자성을 갖지 못하고, 정당의 명령과 전횡에 복종하는 봉건적 권력구조에 놓여있다. 법안을 발의할 때도 독자성을 갖지 못하고, 이른바 국회 내 선출직 아닌 관료로서의 이른바 자문을 명분으로 한 ‘전문위원’에게 발목 잡혀 있다. 국회의 운영 자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봉건적 관료주의가 국회 안팎으로 드리워져 가히 총체적이다.

송영길은 “국민통합 개헌”, “민생 기본권과 자치분권 강화”, “권력 구조 민주화를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도 했으나,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대선)의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 산하 이전이다. 그러니 그가 말하는 “국민통합 개헌”, “권력 구조 민주화”는 온통으로 대통령의 행정부와 국회 간 권력구조 개편에 방점이 가 있다.

그는 “민생 기본권”과 “자치분권 강화”를 말했으나 지금으로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은 없이, 그저 곁다리로 생색을 내는 것 같다. “민생기본권”이라는 개념은 권력의 주체가 아니고 정책 내용일 뿐이라 권력구조 개편의 개헌을 논하는 맥락에 닿지 않는 것이고,, 또 “자치분권”이라는 것도 그 정도도 피상적일 뿐 아니라, 그 분권의 주체는 위정자 및 관료일 뿐, 민초의 발언권이 개재할 여지는 없는 듯하다.

송영길은 “대선이 끝나면 바로 국회에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 “:위원회에서 시급한 입법을 우선 추진하고, 새 정부 출범 5개월 이내에 선거제도 개혁, 1년 안에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단다. 그 개헌에는 촛불정부 출범 당시 문재인 정부, 국회, 시민단체가 옹골차게 밀어붙이던, 아니면 밀어붙이는 척했던, 민초의 발언권은 흔적을 감추고 사라져버렸다. 그 눈에는 정권을 잡기 위해 필요한 “안 후보”, “김 후보”, “심 후보”, 더 나아가 “윤 후보” 등이 보일 뿐, 민초는 없다.

송영길의 발언은 그 개인이 아니라 현재 한국 정치풍토 전반을 대변한다. 그것은 막 끝난 대선후보 4차 TV토론(2.25)을 통해 여실하게 증명되었다. 4명 대선후보 가운데 누구도 주권자 민초의 민주주의를 거론한 이가 없기 때문이다. 밥그릇 싸움이다. 안철수와 심상정은 양당제 극복과 국회 내 다수당의 지분 확보를 주창했고, 당연히 이재명은 그에 동조했다.

윤석열의 발언은 다소 오리무중이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그 대신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민관합동으로 정책 결정의 추제로 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석열은 이 전문위원을 대입하는 것이 민주 정부의 특징인 것으로 간주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전문위원’이라는 것이 국민 민초의 뜻이 아니라, 윤석열 자신이 선호하는 소수의 폐쇄적 집단으로, 또 하나의 밀실정치를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더구나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를 감시하는 민정수석실의 폐지는 대통령의 밀실정치를 더욱 나락으로 밀어 넣을 위험을 가진 것이다.

국회구성 관련 양당제를 다당제로 만들겠다는 입법의 구상은 국회, 검찰, 법원, 재벌이 연결된 ‘엘리트 과두정치’의 고착화를 획책하고, 엘리트가 대중을 착취하는 기이한 형태의 한국 사회는 그 발판을 더욱 공고하게 다질 전망이다.

박정희 유신독재 헌법의 망령은 그가 살해된 지 반 세기에 근접하는 지금도 여전히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유신헌법 제1조(제2항),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에 따라, 국민의 주권은 여전히 대표자의 손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 그러하다. 현행 1987년 헌법 제1조(제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무늬만 그러한 허사(虛辭, 공허한 헛소리)에 머물고 있다.

▲ 최자영 열린뉴스 칼럼리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그리스 이와니나대 역사고고학박사/의학박사/전 한국서양문화역사학회 학회장)
▲ 최자영 열린뉴스 칼럼리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그리스 이와니나대 역사고고학박사/의학박사/전 한국서양문화역사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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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산거사 2022/02/27 [07:48] 수정 | 삭제
  • 국민에 의한 지배, 국민을 위한 정치. 정치의 중심엔 국민이 자리잡는 것이 민주주의겠지요. 교수님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외침에 동의 합니다.
송영길, 문재인, 내각책임제, 다당제, 총리국회추천제, 국민개헌발의권, 국민소환권, 국민투표권 관련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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