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은 선출직(대통령 등)이 아니라 관료(검찰총장 등)들이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제왕이 아니었고 사법관료의 먹잇감이었다여야가 다투는 국회는 정부 기관 가운데 가장 허약한 곳이다검찰총장, 법원, 헌법재판소 등 사법 관료들이 선출직 대통령과 국회를 지배하고 있다현행헌법의 대의제가 민주적이라면, 유신헌법도 민주적이라고 해야 한다프랑스는 의원 발안 국민투표 부의(附議)를 통해 국회 내 어정쩡한 협치를 극복한다

최자영 | 입력 : 2022/03/05 [09:29]

(기고=최자영의 금요칼럼)국민의당 대선후보 안철수가 마지막 대선토론(3.2.)을 마친 그날 밤, 날이 새기 전(3.3. 새벽)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 선언한 후 후보직을 사퇴했다. 아흐레 전에 시작한 재외국민투표(2.23-28)가 종료된 지도 이미 사흘이 지난 다음이었다. 광활한 미국 땅에서 16시간을 차를 타고 가고, 몇백 만원 하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안철수를 찍은 이들의 표는 죽은 표(死票)가 되었다. ‘재외국민 투표 종료 이후 후보 사퇴를 제한하는 안철수법을 제정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서울=연합뉴스, 2022.3.3.)

이렇듯, ‘묻지 마 정권교체’ 틀(프레임)에 빙의하여, 때아닌 변칙적 야합이 도깨비 방망이 같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이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내며, “세상에 잔파도는 많지만,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단다.

그런데 이재명의 말은 다 맞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허사(虛辭)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들이 하는 것이 아니었다. 국민은 지금 보는 것 같이 대통령을 뽑는 것뿐이고, 정치는 국민 아닌 다른 이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다른 이라는 것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도 아니었다. 국민은 지금까지 당연히 국민이 뽑아놓은 이들이 정치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선출된 이들이 임명한 관료들이 국민이 뽑아놓은 이들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검찰총장과 그 산하 검찰조직이 제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적임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문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에 따르면, 문재인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할 때만 해도 검찰개혁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감쪽같이 속았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총장직’이 아니라 ‘검찰’ 자체였다. 미주(美州) 한인 매체인 ‘선데이저널’이 공개한 윤석열 육성 파일에서, 윤석열은 "노무현 잡으려고 박연차 잡겠다고 한 것"(박연차를 잡아넣었더니, 눈치를 채고는 알아서 자신이 노무현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진술하더라)이라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10년도 더 된 2009년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기획수사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윤석열 자신이 입증하고 있다.

최순실 특검 수사팀으로 근무하던 전·후,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당시 음성 녹음 파일에 따르면, 윤석열은, “일단 뇌물로 넣어놓으면 박근혜가 나갈 수밖에 없어요”,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재앙이며, 이는 아주 나쁜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박근혜는 직업이 재단(육영재단, K스포츠재단 등을 의미)인 사람”, “이명박 전 대통령은 29살짜리(김경준)에게 네다바이(사기) 당할 정도로 어리숙한 사람”, “수사권조정에 발 담그고 싶지 않다”, “경찰은 검찰에 엉까야 승진하는 조직”,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짓거리를 그만두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검찰이었던 윤석열이 은퇴한 노무현을 잡겠다고 박연차를 잡아넣고, 두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반대했다. 그냥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박근혜는 어찌어찌하여 ‘(청와대에서) 나가서’ 감방에 들어갔고, 문재인 정부 하에서 검찰개혁을 옹골차게 추진했던 법무부 장관 조국은 윤석열 검창총장 하에서 검찰에 의해 멸문지화에 처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그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그 법무부 산하 검찰조직의 관료들이 나서서 훼방하고, 자신에게 향하는 검찰개혁의 예봉을 임명권자에게 되돌리면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백안시했고, 그 대통령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짓거리”를 그만두도록 하려는 검찰총장의 뜻에 부딪혀,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 2명, 조국은 멸문지화, 추미애는 급기야 조기 사직에 이르게 되었다.

검찰 관료인 윤석열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보고 “감히 5년짜리 권력이 겁도 없다”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검찰개혁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에 반대하는 윤석열이 맞는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권력구조적으로 선출직이 임명한 관료가 국민이 직접 뽑아놓은 선출직 대통령을 깔고 뭉개는 그 권력구조에 있다.

검찰총장과 검찰조직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임명된 관료, 법원 판사는 물론 9명의 헌법재판관도 마찬가지로 선출직 대통령과 국회를 백안시한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회에서 통과된 후 대통령 산하 행정부가 막 시행하려 한 세종 신행정수도 건설법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무산되었다. 또 현 정부하에서 법무부장관 추미애가 결재하고 대통령이 재가하여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내린 2개월 정직은 법원의 판결에 의해 무효가 되었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은 다수 민주적 결정에 반대하는 유력 기득권 소수 반대자의 농간을 관철하는 도구로 이용될 위험성을 내포한 것이다.

임명직 관료가 국민이 선출한 선출직 대통령과 국회를 백안시하는 이 같은 부조리를 없애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그 임명직 관료에 대해서도 모든 권력의 주권자로서 국민 민초의 뜻이 직접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사안에 국민투표권을 확립하는 것이다. 국민투표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데만 한정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분쟁이 일고 문제가 되는 모든 사안을 국민투표로써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관료인 검찰총장이 선출직 대통령을 백안시할 때는 국민이 직접 나서서 검찰총장을 탄핵하도록 하도록 하면 된다. 대통령보다 더 강한 것이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 민초이기 때문에.

이같이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선출직과 관료들 간의 암투에서 국회는 무용지물 같다. 여야가 뒤섞여 있으니, 매일 싸우다가 볼 일 다 본다. 그도 싸우는 것이 힘들고 고달프니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미덕인 줄로만 안다. 여야 협치를 지향하는 국회는 하릴없고, 그런 무능한 국회를 속끓이고 바라보는 민초는 더욱 더 하릴없다.

유념할 것은 윤석열이 내각책임제를 하겠다고 주창하고 나서는 사실이다. 그것은 무력한 국회를 동원하여 행정부 장관을 조직하고, 국회를 행정부 위에 군림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행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그것을 국회 아래 종속시킴으로써, 행정부 자체를 중성화하고 무기력하게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다. 행정부가 기득권의 아성으로 복지부동하는 국회 아래 위치하게 된다면, 행정부에도 여야가 뒤섞여 적당하게 타협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 속성이 그대로 전가될 전망이다. 그것은 앞으로 나가야 할 개혁의 칼날을 더욱 더 무디게 하고, 행정부마저 국회와 같이 ‘협치’의 미덕에 빙의한 복지부동의 현장으로 변질시킬 것 같다.

프랑스 제5공화국(1958.10.5. 이후 현재)의 헌법 제정자들은 대의적 의회를 곧 민주주의인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그래서 의회를 감시하는 장치로서 헌법재판소와 함께 국민의 뜻을 구체화할 수 있는 국민투표 제도를 함께 병존하게 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대통령뿐 아니라 일부 국회의원 발의에 의해서도 국민투표에 부의(附議)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선거인 1/10 지지를 받는 양원 의원 1/5 발의로 국민투표를 시행할 수 있다.

이 같은 의원 발의에 의한 국민투표는 국회 내 불필요하고 끝없는 갈등의 소모전을 조기에 종식하도록 하는 효과를 낳는다. 1/5 의원 발의로 바로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미리 국회 내에서 적정한 타협을 끌어내는 촉진제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내각책임제 혹은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행정부까지 무능한 국회에 위임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원 발의 국민투표제를 도입함으로써, 국회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바로 국민에게 투표로 물어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겠다. 그렇다면, 매번 어정쩡한 타협으로 끝내는 이른바 ‘협치의 미덕’에 빙의한 식물국회를 탈피하는 길이 트일 수 있겠다.

개헌은 책임총리제나 내각책임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투표가 대의자를 뽑는 데 한정되지 않고, 법안 등의 내용을 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이 되어야 한다. 1987년 현행헌법은 국민투표를 대의자(대표자) 선출에 한정한다는 점에서 유신헌법과 같은 맥락에 있다.

현행 1987년 헌법은 그 전의 간접선거 대통령제를 직접선거로 바꾸었을 뿐, 집권적이고 관료적인 전통적 권력구조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유신헌법 제1조(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1987년 (현행)헌법 제1조(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위 두 가지 헌법을 비교해보면, 유신헌법의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가 현행 헌법,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표현이 바뀌긴 했는데, 구체적 내용을 보면, 현행헌법은 여전히 유신헌법이 말하는 ‘대표자’에 의해서만 정치가 운용되고 있음으로, 양자 간 차이가 없다.

유신헌법과 현행헌법에 다른 점이 있다면, 유신헌법에서 대통령을 직접 선거하지 않고 간접선거로 하여, 국민은 그 대통령을 뽑을 대의원을 뽑았고, 그 대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뿐이다. 문제는, 대의제가 이른바 ‘대의 민주정치’로 규정되는 것이라면, 유신헌법도 현행 1987년 헌법과 같이 ‘민주 헌법’이라고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유신헌법 제1조(제2항)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고 하여, ’주권재민‘의 원칙, 주권이 원래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권력을 실천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국민이 투표하여 뽑은 ‘대표자’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은 현행헌법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같은 점을 유신헌법은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고, 현행헌법은 음험하게 뭉뚱그려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을 뿐이다. ‘나온다’는 것은 원천이 그렇다는 뜻이고, 실제로 그 권력을 행사한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바로 앞에서 말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라는 말을 중언부언한 것으로서, 그 같은 뜻을 되풀이하여 자리를 억지로 메꾼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유신독재 헌법에서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고 선언한 것은 더 솔직한 측면이 있다. 국민에게는 실체적 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주지 않고, 다만 대통령, 국회의원 등 대표자를 뽑는 권한 밖에는 없다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현행 헌법에서 감추고 있는 것을 유신헌법에서는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최자영 열린뉴스 칼럼리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그리스 이와니나대 역사고고학박사/의학박사/전 한국서양문화역사학회 학회장)
▲ 최자영 열린뉴스 칼럼리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그리스 이와니나대 역사고고학박사/의학박사/전 한국서양문화역사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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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은 2022/03/05 [11:50]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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