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화천대유에서 6년 근무에 퇴직금 50억을 받은 것이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다. 그래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데, 그 공분은 법원이나 미비한 법조항 탓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바로 특검에 착수하지 않는 국회 탓이다. 국회는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또 사법부의 판결을 견제, 보완하는 권력의 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에서는 “히든머니프로젝트(숨겨진 돈 기획탐사)”를 통해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문제점을 밝히려 한다. 공직자 재산공개제도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 변동을 보여주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뉴스타파에 따르면, 여기 독소조항이 있는데, 그것은 독립생계 유지하는 직계존비속의 재산은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곽상도 아들 50억 등이 무죄판결 받은 것이 바로 이 독소조항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뉴스타파에 따르면, 공직자 재산공개제도는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한 것인데, 그후 지금까지 30여 년이 지나도록 시민단체가 이 독소조항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 독소조항의 최대 수혜자인 국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국회가 가진 문제점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30년 시민단체가 떠들어도 정작 필요한 입법을 하지 않고 뭉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가 입법의 의무를 유기함으로써, 비리의 근절이 아니라, 그 조장의 온상이 되고 있다.
둘째, 국회는 관련 법이 없어도 필요에 따라 비리를 조사하고, 또 공직자를 축출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특검과 탄핵 같은 것이 그러하다. 어차피 법은 완벽하게 구성할 수가 없는 것이라, 언제나 허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법만 믿고 있으면 안 된다. 법은 물론 장기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만, 보완되고 난 다음에야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는 필요에 따라, 당장에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누구라도 불러서 조사할 수 있다.
곽상도 아들이 50억 원을 받은 것이 곽상도에게 직접 건네는 것이 부담스러워, 우회 경로로 아들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바로 특검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퇴직금 50억 원이 무죄판결 났다고 법원만 욕하고 있을 것이 아닌 것이다. 분노는 법원의 미비한 판결을 방조하는 국회로 향해야 한다. 그것도 현재로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국힘당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핑계 대는 민주당으로 주로 향해야 한다.
국회가 가진 문제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다수결의 민주정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 다른 하나는 국회 자체가 가진 권한이 너무 비대하여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국회 다수결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협치’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50억 클럽” 특검 논의 관련하여서도, 소수당인 국민의힘은 “양당 간 협의”를 강조한다. 국힘당이 말하는 이른바 ‘협의’란 사실 특검의 ‘방해’를 뜻하는 것일 수 있다. 적시에 결론에 이르지 않고 협의만 하다가 날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동은 성명서(4.6일) 등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50억 클럽’(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의혹) 특검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꼼수와 반칙의 전당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민주당의 추악한 행태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 “양당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중이었음에도 민주당의 일방적인 회의 개최 통보를 받았다”, “국회의 모든 일정을 민주당의 시계에만 맞춰 마치 본인들의 목소리만이 정의이고 국민의 목소리인양 내뱉고 있는 민주당의 작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이데일리, 2023.4.6.)
양당간 ‘협의’는 국힘당 측만 아니라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1월말에 결성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란 것이 그 상징이다. 이들이 말하는 ‘정치개혁’이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주안점을 둔 것이고, 여기에 여야가 궁합이 맞아떨어졌다.
양곡법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 윤석열에게서도 국회 다수결은 무시되고, 다수결이 여야 ‘협의’에 밀리고 있음을 보게 된다. 윤석열은 “양곡 관리법은 다수에 의해 밀어붙인 법이라 거부권 행사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0.73% 차이 다수결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된 이가 스스로 다수결 원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민주정치의 근간을 침해하는 위헌이다. 국회의 다수결 민주정치 원리가 국회 자체에서, 또 행정부에 의해 근원적으로 위협당하고 있다.
국회가 갖는 둘째 문제는 국회가 가진 권력이 너무 비대하여, 국회 자체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국회의원의 수를 몇십 명 줄이거나 늘이거나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구조적인 문제이다.
국힘당 대표 김기현이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했더니, 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이 “의원 정수가 마치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쓰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되받았다고 한다. 사실 의원 정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하나하나의 활동이다.
그런데 다수결이 무너진 국회에서 다수당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민주당은 무능한 다수당이 되어 갈팡질팡한다. 국회 다수당이 통과시킨 양곡법을 윤석열이 거부한 다음 민주당의 반응을 보면 그러하다.
민주당 원대대표 박홍근은 윤석열을 향해 “거부권 행사하지 말고 즉시 공포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윤석열이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는 말이므로, 박홍근이 하는 말은 헛소리이다.
국힘당이 양곡법은 농민을 해치는 것이라고 우겨대니, 박홍근이 그에 대해 토론을 하자고 국힘당에 제안하고 나섰다. 이것도 하릴없다. 초점은 논리가 아니라 힘이 딸리는 것이다. 박홍근의 토론 제의는 논리가 아니라 힘의 문제에 있다는 자각이 근본적으로 없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박홍근의 제의는 객소리에 불과하다.
양곡관리법이 거부권에 부딪히자, 민주당은 그 후속 대책으로 당정이 모여 농업직불금을 5조 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안을 확정지었다고 한다. 농업직불금 확대는 쌀 생산 줄이고 콩·옥수수 등의 재배를 늘리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다수당은 양곡법 대신 다른 대책이라도 강구해야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모자란다. 박홍근이 토론을 제안할 만큼 좋은 양곡법도 국회 다수당이 시행할 재간이 없다면, 이것은 식물국회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권력구조적으로 식물화한 국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나, 국회 다수당은 타성에 젖어 메아리 없는 헛소리를 발성한다.
민주당이 제시하는 또 하나의 대책은 윤석열이 거부권 행사한 양곡법을 국회 재의결에 착수하는 것이다. 재의결은 2/3 찬성이 필요하므로, 착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결에 이르는 것은 현재로서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도 민주당 일각에서는 재의결 절차에 착수해서 결과적으로 부결되더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전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회자한다. 그렇다면, 이게 전시효과를 노린 일종의 ‘쇼’가 된다.
▲ 최자영 편집인/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그리스 이와니나대 역사고고학박사/의학박사/전 한국서양역사문화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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