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분양 합숙소 피해자, 가혹행위 못 견뎌 도주 중 추락"

이달 초 서울 강서구 화곡동 부동산 분양 합숙소 추락 사건의 피해자는 폭행과 찬물 뿌리기, 테이프 결박 등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도주하던 중 7층에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전날 구속 송치한 분양팀장 박모(28)씨를 비롯한 피의자 4명 외에도 같은 공간에서 합숙 중이던 3명을 추가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일 오전 10시 8분께 빌라 7층에서 함께 합숙하던 김모(21)씨를 투신하게 해 중상에 빠뜨린 혐의(특수중감금치상 등)를 받고 있다. 피의자 7명 가운데 구속 송치된 차장 유모(30)씨는 합숙소에 거주하지 않고 체포·감금에 일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특수감금ㆍ특수감금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김씨는 지난해 9월 박 팀장의 배우자 원모(22)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가출인 숙식 제공합니다' 등의 글을 보고 이 합숙소를 찾았으나 약 2주 뒤 도주했다. 그러나 이달 4일 오전 0시 27분께 중랑구 면목동 모텔 앞에서 이들 일당에게 붙잡혀 합숙소로 돌아왔으며 이후 삭발과 찬물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

이달 7일 또다시 도주를 시도했으나 9일 오전 2시께 수원역 대합실에서 다시 붙잡혀왔고 이후 목검과 주먹 등으로 폭행을 당하고 테이프로 결박되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가 추락하던 당일 도주를 위해 베란다를 넘어 외부 지붕으로 건너려다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달 15일 빌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현장에서 목검과 애완견 전동이발기, 테이프 포장지, 고무호스 등 가혹행위에 쓰인 물건을 확보했다.

7층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진 김씨는 최근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겨졌으며 피의자들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고 있으나 가벼운 진술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1월 사이에 있었던 일은 확인이 되지 않아 체포·감금 혐의가 확실히 입증될 기간에만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 작년 9월부터 발생한 일들을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