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영의 금요칼럼]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이재명의 사고는 민주가 아닌 왕조시대의 발상이다

개헌과 검찰개혁 등 거대담론을 부정하며 기본소득이 만병통치라는 이재명의 독선을 경계한다

최미리 | 입력 : 2021/06/25 [11:13]

 지난 6.21일 경기도청에서 경기도지사 이재명이 인터뷰 한 기사가 <한겨레>(6.23)에 실렸다. 그 중에서 이재명이 말한 두 가지 측면에 대해 언급하도록 한다. 하나는 ‘공정’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 및 구조 개혁에 관한 평가이다.

 

 ‘공정’과 관련하여 이재명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공정이 시대정신이라고 하더니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역시 공정이 화두라면 그만큼 공정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 아닌가.”하고 비꼬았다. 동시에 “평가는 참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저도 문재인 정부, 민주당 정권의 일원이다. 핵심·중심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문재인 정부를 함께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공도 과도 우리가 모두 함께 책임질 일이지, 남 얘기하듯 이건 잘했다, 저건 잘못했다 이렇게 평가할 입장이 사실 못 된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재명이 공정’과 관련하여 과거 왕조 시대를 소환한 것은 참으로 의미가 크다. 이재명은“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이라고 하는 것을 화두로 내세운 상황이 매우 슬프다. 왜냐하면 공정은 이 시대의 화두가 아니라 공동체의 초보 원리 아닌가. 과거 왕조시대에도 공정한 세금, 공정한 군역, 공정한 인사채용 이런 거 잘하면 흥하고 이게 깨지면 망한다. 이처럼 공정은 공동체의 초보 원리일 뿐인데도 지금의 시대정신을 공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매우 서글픈 비정상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뜻 아닌가”하는 것이다.

 

 이런 이재명의 사고는 민주정부가 아니라, 과거 왕조와 같이 왕이 잘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아니면 왕 아래 직을 가진 이재명 같은 관료들이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재명은 사회적 현안의 해결 방법을 민주적 민의의 개진이 아니라 과거 왕조 시대 같이 왕이나 관료가 민생을 위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왕이나 관료 위정자가 배타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번번이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결정권을 가진 기득 특권층을 위해서 민생을 희생하게 된다. 그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또 눈앞의 우리네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이재명은 짐짓 자신의 선의와 유능함을 전제로 하여, 스스로 대권을 쥐게 되면 처절한 민초를 위한 정책을 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는 듯하다. ‘5년을 기다려서도 공정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현정부를 비꼬는 데서도 적이 무모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자신이 집권하면 5년 안에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알게 모르게 내비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암초는 굽이굽이 무궁무진해서, 일제 식민지, 독재정권, 친일, 친미 등 기득 특권층의 야바위 방해공작은 그렇게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닌 것이다.

 

 그가 검찰 개혁, 구조개혁을 말하는 것도 그 같은 무모함의 맥락에 있다. “문제는 대중이 만족할 정도의 성과를 내든지, 신속하게 끝내는 것이 바람직했는데 너무 오래 끌었다. 그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환경이 체감될 만큼 바뀌었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 아닌가. 아쉽다. ”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에서도 만일 문정부가 아니고 자신이었다면, 신속하게 끝이 나거나 가시적 성과가 났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암암리에 뜻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 및 구조 개혁에 관련하여 이재명은 “치열한 현장의 삶을 사는 대중들 입장에서 봤을 때 거대 개혁 담론은 기분 좋은 일이긴 한데 자신과 별 관계가 없는 일이다. 대중들한테 진짜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이다. 그래서 저는 작더라도 사회경제 개혁에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긴 한다. 검찰 개혁, 구조개혁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이 만족할 정도의 성과를 내든지, 신속하게 끝내는 것이 바람직했는데 너무 오래 끌었다. 그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환경이 체감될 만큼 바뀌었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 아닌가. 아쉽다”고 했다.

 

 그런데 이재명의 이 같은 발언이 갖는 치명적 문제는 사안의 속도나 효과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고 가시적 성과가 나지 않았다라는 데 방점을 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검찰 개혁, 구조개혁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데 있다. 이재명이 보기에는 검찰 개혁 및 구조개혁 등의 거대 담론은 대중들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에 불과할 뿐, 치열한 현장의 삶을 사는 대중들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이란다. “치열한 현장의 삶을 사는 대중들 입장에서 봤을 때 거대 개혁 담론은 기분 좋은 일이긴 한데 자신과 별 관계가 없는 일이다. 대중들한테 진짜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이다. 그래서 저는 작더라도 사회경제 개혁에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긴 한다.”(한겨레, 2021.6.23.)라는 말이 바로 그러하다.

 

 여기서 이재명은 스스로의 인식 구조가 가진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 첫째, 그는 민생, 경제, 검찰 및 사법적폐가 서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각기 단절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 검찰 및 구조개혁은 이재명이 불철주야 그다지도 염려하는 노동자 민초의 “치열한 현장의 삶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법피해자가 적게 잡아 200만, 많게는 600만에 달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고,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날마다 죽어나간다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이재명 자신이 말하는 ‘기본소득’만 가지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은 거대담론의 검찰 및 구조 개혁이 문정부 5년 안에 신속하고도 가시적으로 수행되지 않은 사실을 비꼬지만, 개혁은 상황에 따라서 빨리도 늦게도 될 수 있다. 빨리 되면 물론 좋지만 늦어도 한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개혁이 비효율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개혁하는 이가 너무 물러터져서, 아니면 그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 특권층의 저항이 너 죽고 나 살기로 너무 집요하고 비열해서, 또 아니면, 이재명 자신이 평가하듯이, 윤석열 같이 ‘과거지향적, 부정적(네거티브) 공정’을 내건 이가 검찰총장으로 앉아서 죽어라 개혁에 저항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검찰 및 구조 개혁의 거대 담론은 조만간에 쉼 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재명이 말하는 ‘기본소득’은 많은 사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대선을 위한 효과적 표어는 될 수 있을지언정, 만능의 묘약이 아닌 것이다. 기본소득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될 것인가 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 가변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 방안의 다양성은 탁상에 앉은 관료들의 머리에서 다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자신처럼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의 과거 경험이 아니라 현재로서 겪는 산 경험의 목소리가 나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겠다. 이재명이 말하는 과거 왕조의 왕, 나아가 현재 이재명 같은 관료들의 소리는, 이재명은 예외로 하더라도, 흔히 그들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으로 귀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정자만 배타적으로 가지고 있는 각종 개헌, 법률, 행정 등 발안권을 민중이 직접 가져야 한다. 또 국회의원,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이 뻘짓하면 민중이 직접 처벌하도록 소환하는 권한도 가져야 하겠다. 하릴없는 국회위원에게 맡겨만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개헌이 시급하다.

 

 일전에 이재명이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들의 구휼이 훨씬 더 중요한 시기”(뉴스토마토, 2021.5.18.)라고 했으나, 민생의 구휼은 헌법(경국대전) 고치는 일과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부득이 같이 가는 것이다. 국민 70% 이상이 원하는 개헌을 뒷전으로 한 것이 그의 첫 번째 독선이라면, 거대 개혁 담론을 대중과 무관한 것이라고 하고 사회경제 개혁과 분리시킨 것이 그의 두 번째 독선이다.

 

 실은 “치열한 현장의 삶을 사는 대중들 입장에서 봤을 때 거대 개혁 담론은 기분 좋은 일이긴 한데 자신과 별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할 일이 아니고, “대중들한테 진짜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이라서, 작더라도 사회경제 개혁에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것도 아니다. 민초(대중)의 삶을 위한 사회경제 개혁과 검찰 및 구조개혁의 거대 담론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자는 표현 방식이 다를 뿐으로 같은 원인에서 나오는 것이라, 이재명이 목매는 기본소득은 거대담론의 개혁과 궤를 같이 하지 않으면 뿌리 없는 나무, 물에 뜬 부표같이 될 전망이다.

 

 더구나 이재명 자신이 겪었던 과거의 치열했던 경험이 현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올바른 진담과 해결책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가난과 독학이 다양한 사안을 전체적으로 보는 수련의 기회를 앗아가서 편협한 사고를 할 위험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재명이 과거 왕조의 정치를 소환한 것이 그 한 증거이다. 그것은 그의 가치관이 봉건적 관료정치에 머물고 있고 권력의 집중에 기생하는 독재의 잔재인 한편, 민초의 발언권을 통해 다양하게 외연으로 확대되는 민주(民主)적 절차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 최자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그리스 이와니나대 역사고고학박사/의학박사/전 한국서양문화역사학회 학회장
▲ 최자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그리스 이와니나대 역사고고학박사/의학박사/전 한국서양문화역사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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