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모의 이슈진단] 아프칸 난민, 수용해야 하나?..국민적 합의 필요송영길 "아프칸 현지 재건 사업에 참여한 400여명은 국내로 데려와야"국민의힘 "한미동맹의 틀에서 인도적인 임장에서 긍정적으로 검토"106곳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존엄과 인권을 지지"정의당 장혜영 “아프카니스탄 난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난민 수용을 반대하거나 신중하자는 여론도 만만찮아..국민적 합의 필요양건모(이화여대 약학대학졸업/서울대 보건학 석사/이화여대 행정학 박사) 아비규환 속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출 난민 대책과 관련해 미국정부는 이들을 수용할 장소의 하나로 한국, 일본 등의 미군 기지를 지목하고 있다고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각계의 입장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표하고 있는데, 여당의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미국이 우리정부와 협의한 적이 없고, 현실적이지 않다. 다만 우리 정부가 아프칸 현지에서 벌인 재건 사업에 참여한 400여명은 국내로 데려와야 하지 않으냐”의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한미동맹의 틀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고, 인도적인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지 내 일시적 수용이 아닌 국내 체류 지위 부여 등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아프카니스탄 난민을 받아들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난민 수용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난민문제에 대해 “인권인 기본권 보호의 원칙을 지키며 공동체 의식이 발휘되길 희망한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 인권, 평화를 위해 활동해온 106곳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존엄과 인권을 지지하며,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을 위해 함께 지켜보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시민들의 경우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은 “넓은 땅을 놔두고 왜 좁은 땅덩이인 한국이냐?”, “인도주의적인 측면은 고려돼야 하지만, 종교적인 색체가 너무 강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금도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인데, 이들까지 수용하면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난민 수용은 비현실적이다.”등의 불만을 말한다. 신중하게 수용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에는 “탈레반의 행동이 끔직한 만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용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난민 수용을 하고 사태가 완화되면 되돌려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는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난민과 관련하여 세계인권선언문 제15조 2항에는 "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자신의 국적을 빼앗기지 않으며, 또한 자신의 국적을 바꿀 권리를 부정당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고, 1951년 유엔(국제연합)에서 채택한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 의하면, '난민'이란 "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에의 소속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이유 있는 공포 때문에 자국국적 밖에 있는 자 및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 때문에 자국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 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1992년에 난민협약과 선택의정서에 가입하였기 때문에, 아프칸 난민 수용에 대해서도 방관만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일제 36년 식민지를 겪었기에 난민의 어려움을 알만도 한 데, 난민 문제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들 사이에도 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아프카니스탄을 탈출하기 위해 카불공항의 비행기에 올라탄 사람들 모습 (AFP제공)
난민 수용을 반대하거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여론도 적지 않다.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땅덩이가 좁다’는 것인데, 난민을 대규모로 받아들인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일단 땅덩이가 우리나라보다 수십 배가 크다는 점이다. 땅이 크다보니 개척이 안 된 곳도 많고, 이들 나라의 경우, 잘만하면 난민들이 국토의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이 있는데, 한국의 경우 땅도 좁고 인구밀도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둘째, 한국인들의 단일문화 의식과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도 난민 수용에 큰 몫을 한다. 한국의 경우 유전자적으로는 일본이나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순수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오랜 역사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로 인해 단일민족적인 성향이 크고, ‘연고주의적 집단주의’ 특성이 크다보니 다른 나라사람에 대한 배타성이 크다. 이러다보니 한국에 귀화한 외국인에 대해서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셋째, 난민 수용으로 인해 인구가 늘어났을 때, 부족한 노동이나 일자리 문제가 가중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 정부의 외국인 고용정책이 치밀하지 못하고, 불법 체류로 급증하는 외국인의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이들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사람들의 불만이 큰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부실한 외국인 고용정책이나 불법 체류에 대한 불만이, 난민 수용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넷째, 일부에서는 미군기지에 일단 수용하였다가 나중에 돌려보내라는 대책을 제시하는데,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지켜 볼 때, 난민이 되돌아갈 상황은 거의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되돌아가려면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의 미군기지에 아프칸 난민이 들어온다면, 그 난민 문제는 한국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섯째,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한국에 있고, 실제 미국기지가 있는 경기도 평택은 여의도의 5배 규모로 크다. 동맹국인 미국이 아프칸 난민을 수용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해 온다면, 감히 미국의 요청을 반대하고 난민 수용을 반대할 수 있는 힘이 한국정부나 정당에 있느냐의 문제이다. 반대할 수도 없고, 반대할 국력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반면, 외국인이나 난민 수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거나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도 있다.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으로 떠나 인권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기본권론적이고 원칙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한국의 경우 저 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데, 난민이나 외국인이 한국에 귀화할 경우에 한국영주권을 주고, 이들에 한해서 입국을 허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2021.8.16. 아프카니스탄 카불공항 모습(AFP 제공)
아프칸 난민 수용에 대해 고려해야 할 점은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에 대해 미국이 요청하면 거부할 수 있는지, ▲난민을 수용한다면 어느 정도(몇 명)가 가능한 것인지, ▲아프칸 난민이 미군기지에 들어온 후 국내 정착을 허용할지 등등 난민 수용과 관련해 얽히고 설킨 문제들이 참으로 복잡하다. 아프칸 난민 수용 문제는 대통령이나 여야 정치지도자가 독단적으로 급작스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난민 문제로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보다 심도있는 공론의 장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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