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모의 이슈진단] 위기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보호하는 ‘보호출산제’에 대한 찬반입장- 위기임산부는 본인이 원하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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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의 경우, 현행 제도로는 아이의 부모 즉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아동에 대해 의료기관을 통해 국가가 직접 출생신고를 기록하게 만드는 제도이다. 19일부터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출생하면, 의료기관은 태어난 아동의 정보를 출생 후 14일 이내에 시·읍·면에 알리게 된다. 복지부는 신고 의무자나 의료기관이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 없이 개별 병원에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입력한 정보가 자동으로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에 통보될 수 있도록 법원과 출생통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제도들은 지난해 '수원 영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출생 미등록 아동 발생을 방지하고 아동을 더 빈틈없이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각각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과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위기임산부는 본인이 원하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 가능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임신을 한 사람이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관리번호가 생성되고 임산부는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다.
보호출산을 신청한 위기임산부에게는 법에 의한 숙려기간을 고려해 임신·출산 바우처 140만원이 무기명 선불카드로 제공된다.
보호출산을 신청하여 출산한 임산부는 최소한 7일 이상 아동을 직접 양육하기 위한 숙려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난 후에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 전담 요원에게 아동을 인도할 수 있다. 아동을 인도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지체없이 아동복지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해야 하며, 입양 등의 보호를 위한 절차를 밟게 된다. 보호출산을 신청했던 임산부는 태어난 아동이 입양특례법상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의 자신 출생 정보에 대한 알 권리
임산부는 보호출산을 신청할 때 자신의 이름, 연락처,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 상황 등을 작성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때 작성한 서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되며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 또는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아 이 서류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보호출산을 통해 출생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출생과 관련된 서류공개 요청을 했을 때, 생모가 동의하면 서류 전체가 공개되고, 동의하지 않거나 생모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된다. 다만 사망 등으로 생모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거나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생모의 동의 없이도 전체를 공개할 수 있다.
복지부는 위기임신 상담을 위해 16개 시도에 상담기관에 87명의 상담 인력이 배치했으며 위기임산부가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용 상담전화 1308번을 새롭게 마련했다. 상담을 통해 사례관리와 함께 심리 상담, 의료 지원, 생계·주거·고용·교육·법률 등 다양한 서비스 연계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에 대한 찬반입장
복지부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에 대한 찬성 입장을 살펴보면, 첫째, 등록조차 되지 않고 있다가 영아 살인사건으로 이어진 문제들을 감소시킬 수 있다.
둘째, 위기임산부의 경우, 미성년자일 수도 있고 경제적·사회적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큰데, 본인의 이름을 숨기고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출생통보까지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위기임산부를 보호할 수 있다.
셋째, 장애아동이나 미숙아 등을 출산한 후에 당황해 유기하는 것보다는 상담과 지원을 받고 아이 양육에 대해 여러 가지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넷째, 위기임산부 등 어떤 임산부라 하더라도 체계적인 상담을 받고, 병원에서 출산해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만든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반대하는 보호(익명) 출산제 폐지연대와 고아권익연대 관계자 등 입장을 살펴보면, 첫째, 수원 영아 사망 사건은 출생등록제 미시행에 따른 신생아 관리 부실로 인한 비극이지, 익명 출산을 허용함으로써 막을 수 있었던 경우가 아니며, 실제 법적 부부 관계인 부모와 형제·자매가 있었던 수원 사건 희생 아동은 양육 지원이 필요했던 경우로, 보호출산제가 있었다고 해도 해당 아동을 구할 수 없었던 사건으로, 이 제도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둘째, 보호출산제는 경제·심리·신체적 이유로 자녀 양육이 어려운 어른들이 책임을 저버리고 방기하는 권리로 악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생아는 보호의 대상일 뿐 아니라, 권리의 주체이고 독립된 인격체이자 주권을 가진 국민"이라며 "정부를 포함한 누구도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보호출산 대신 임산과 출산, 양육에 대해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에 중점을 둔 법을 만들어야 하며, 법안에는 산모와 아동의 자립을 돕고 주거, 교육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는 긍정성과 부정성이 동시에 공존할 가능성이 커
예전에 전·월세에 사는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2020년 전월세인상상한제의 내용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도입한 바 있다. 제도의 내용은 전·월세를 사는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재계약 기간은 2년으로 하고, 전월세인상액을 기존 보증금이나 계약금에서 5% 이내로 제한한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 제도도입을 위한 법개정이 되었지만, 이전만큼 전·월세 이상을 하지 못하게 된 집주인들은 제도가 실제 실시되기 전에 세입자들을 내보내거나 엄청난 추가인상비용을 요구했다. 인상비용을 구할 수 없는 전·월세 세입자들은 변두리로 이사를 하거나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윤추구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는 전·월세 세입자들을 보호하고자 추진한 정부의 의도와 실제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도입과 마찬가지로 아동과 위기임산부를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의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이 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처럼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제도는 추진할 때부터 정부가 전문가나 학자의 의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제도에 관여하고 있는 단체나 실무자들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도로 제도의 부정성을 최소화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정부의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역시 실제 아동이나 고아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의 의견을 배제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정부가 아동의 권익문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 판단한다. 정부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의 긍정성은 최대한 살리고,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수렴하고 제도의 수정·보완을 통해 부정성은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새로 도입하는 제도는 긍정성과 부정성이 동시에 공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