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후폭풍 8월 16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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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6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통과
지난 8월 16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한 일명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에 최종 서명했다. 앞서 이 법안은 8월 7일 미국 상원에서는 겨우 한 표 차이로(찬성 51표, 반대 50표) 통과되었으며, 8월 12일 미국 하원에서는 불과 정도의 10여표의 격차로(찬성 220표, 반대 207표) 통과되었다.
현재 미국 상원의 의석 분포는 공화당 50석, 민주당 48석, 무소속 2석이다. 민주당 1석이 떨어져 나갔다면 해당 법안은 상원을 절대 통과할 수 없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및 무소속의 팽팽한 접전 속에 찬성과 반대 50표의 동수를 기록했지만 상원의장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로 아슬아슬하게 가결되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전부터 추진해온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이전 BBB 법안은 약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어야 했기에 의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했다. 결국, 재원 규모는 결국 총 7,400억 달러(약 966조원)로 축소된 가운데 전격 통과된 것이다.
● 감축법안 핵심! ‘보건, 청정에너지, 조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보건(Healthcare), 청정에너지(Clean Energy), 조세(Taxes) 등 세 가지 분야로 구분된다. 먼저 ‘보건 의료’ 분야는 처방 의약품의 가격인하, 보건비용 부담완화, 제약업계의 견제 등이 주요 골자이다. ‘청정에너지’ 부문에서는 청정에너지경제 구축, 환경오염의 감소 등이 주요 목표이다. ‘조세’ 분야에서는 크게 조세법의 공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해당 법안의 재원 마련을 위해 연간 수익 10억 달러 이상인 150여 개 대기업들에게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대기업들의 자기주식 취득에 대해 1%의 세금을 부과해 10년간 추가 세수를 확보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번 법안 통과에 전원 찬성한 민주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실행되면, 추후 10년간 3,00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살펴본 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궁극적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미국 국민 생활 안정화”라는 대의명분을 추구한다. 이러한 주요 정책 집행을 위해서 IRA는 총 7,400억 달러 규모의 재원을 규정하고 있다. 이중 3,690억 달러가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에 지출될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인플레이션 감축법 집행에 있어 미국의 청정에너지 산업 관련 정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전기차 완제품…‘FTA체결국 부품 40% 이상’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제정·시행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미국산 등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포함하도록 엄격히 규정했다.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 중고차 최대 4,000달러)는 미국에서의 조립·생산이 조건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부터는 친환경차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고, 리튬·코발트 등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 조달해야 하며, 배터리 부품도 절반 이상을 북미 산으로 채워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해야 신차의 경우 7,500달러(약 1000만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광물 충족 조건은 2027년 80%, 배터리 부품 조건은 2029년 100%로 상향 조정된다.
이로 인해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전기차 5개 모델이 7,500달러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제 미국 수출을 염두에 둔 한국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배터리 원료와 소재 의존도를 낮추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현실은 ‘니켈·코발트·망간’ 등 핵심 자재를 95% 이상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공급망 확보선을 긴급하게 재구축해야 한다.
● 너무 안이한 ‘우리 정부의 사후약방문 대책’
안성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위시 손웅기 기획재정부 통상현안대책반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대표단은 지난 8월 29일부터 2박3일간의 방미 기간 美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재무부와 국무부 등의 협상 파트들과 만난 것은 물론 미 상원 수석전문위원, 백악관 관계자들과 잇따라 회동하여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논의했다.
대표단은 현대차가 조지아 주에 전기차 공장을 완공하는 2025년까지 전기차 보조금 조치 시행을 유예하거나,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를 미국 등 ‘북미산’에 더해 한국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로 확대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적으로 우리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전략의 강구에서 미국 시장 내 경쟁조건 변화를 예의주시하여야 한다. 즉, 세액공제 등의 혜택과 기존 공급망 유지 간 손익계산을 면밀하게 감안하여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중국산 원부자재에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기업들에게는 갖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미국의 강력한 대중견제 압박정책이 예상되는 만큼 자율적 공급망 재편 방안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선진국의 대응책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이 2023년부터 도입되는 ‘탄소국경세’ 등도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에는 커다란 도전이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와 관련한 정보공시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과 수위가 높아지면서 관련 재무정부공개보고서 또한 의무화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포함한 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를 의무화 하고 있기에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역시 공급망 유지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글로벌흐름에 신속히 부응하여 선제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전환에 나서야 새로운 무역장벽에서 국내 산업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지속적 시행에 따른 최대 변수는 올해 11월 8일 치러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적을 시험대에 올릴 중간선거 결과이다. 미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4년 임기 중간에 시행되는 상·하원 및 주지사·주의원 선거로, 현 정권에 대한 평가의 바로미터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임기 2년의 미연방 하원의원 435석 전체와 6년 임기인 상원의원 100석 중 34석, 36곳의 주지사를 선출한다. 현재 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이 220석, 공화당이 212석, 공석 3석으로, 민주당이 ‘불안한 우위’를 수성하고 있다. 만일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기사 출처: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