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전문]한덕수 '소득주도성장 설계자' 홍장표에 사퇴종용 반발 입장문시민단체들 "윤석열·한덕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고발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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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 KDI 원장이 자신의 사퇴를 촉구한 한덕수 총리를 겨냥해 '크게 실망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감사원이 KDI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규모 자료를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는데 앞선 정부에서 임명된 정부 인사들에 대한 사퇴 압박이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나온 행보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이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홍장표 KDI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배경에대해 홍 원장은 "한덕수 총리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자신의 의견에 귀를 닫겠다면 KDI 원장으로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 홍원장은 "지난 주 총리께서 연구의 중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률의 취지와 달리, '같이 갈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고 하신 것은 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말씀"이라며 한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
한 총리가 홍장표 원장을 겨냥해 KDI 원장으로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바꿔야 한다, 윤석열 정부랑 너무 안 맞는다"는 얘길 한 것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홍장표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엔 감사원의 움직임도 있는 거로 전해집니다. 올해 KDI 감사는 애초 국무조정실이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감사원이 지난달 말 회계부터 인사, 내부 규정까지 포함한 대대적인 자료 제출 요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KDI 측도 이례적인 일이란 분위기인데, 홍 원장은 이를 표적 감사로 받아들인 것이다. 홍 원장은 입장문에서 "국책연구기관은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며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법부터 바꾸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대변되는 지난 문 정부 때의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DI 원장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며 여권의 전 정권 인사의 찍어내기가 도를 넘고 있다.
홍장표 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5월 임기 3년의 KDI 원장으로 취임해 임기 2년을 남겨두고 있다.
사세행과 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한덕수 총리의 이같은 사퇴 압박은 윤석열 대통령의 묵인 방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를 조만간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다음은 홍장표 KDI 원장의 입장문이다.
<전문>홍장표 KDI 원장 입장문 ‘22. 6. 29 이후부터 ‘홍장표 KDI 원장 거취’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 이에 입장을 밝혀드립니다. 총리님 말씀에 대한 저의 생각 한국개발연구원장 홍장표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한덕수 총리께서는 홍장표 KDI 원장은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이니까 “우리랑 달라 같이 갈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총리님의 말씀에 대한 저의 생각을 밝힙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는 문재인 정부와는 다릅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축으로 사람 중심의 포용경제를 지향하였습니다. 그중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튼튼한 사회안전망,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보완과 수정이 필요했습니다. 그 당시 총리께서는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해 쓴소리와 함께 소중한 조언을 해주신 바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그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주도성장을 정책기조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면한 복합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포스트 코로나19 대전환을 이끌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민간주도성장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핵심 축으로 한 이윤주도성장입니다. 대기업에는 감세 혜택을 주고 임금은 억제해서 이윤을 늘려줘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지난 10년 전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 표방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도 적절하지 않은 정책임을 경험하고 이후 정책기조를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으로 전면 전환하였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성장은 현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미흡하여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작년 의회 연설에서 “감세를 통한 낙수경제학은 작동한 적이 없다”라고 단언한 바 있습니다. 정책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활발한 토론과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올바른 방향을 찾아갑니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치열한 토론을 이끄는 것이 국책연구기관의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총리께서 소중한 조언을 주셨지만, 이번에는 제가 KDI 원장으로서 조언을 드릴 차례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다름은 인정될 수 없고 저의 거취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을 넘어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연구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4월, KDI가 개최한 국가미래전략 컨퍼런스에서 기조 강연을 맡으신 진념 전 부총리께서는 “KDI는 특정 정권의 연구원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여는 연구원이 되어야 한다”고 일깨워 주셨습니다. 반면 국책 연구기관은 정권과 뜻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뵌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총리께서 연구의 중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률의 취지와 달리, “같이 갈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고 하신 것은 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말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총리께서 저의 거취에 관해 언급하실 무렵, 감사원이 KDI에 통보한 이례적인 조치도 우려됩니다. 만약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권이 바뀌고 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보고서가 달라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원장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의견만 보고서에 담아라”. 제가 원장으로서 연구진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들은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에 따라 흔들림 없이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연구기관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KDI와 국책연구기관들이 국민의 미래를 여는 연구원이 될 수 있습니다. 총리께서는 부디 다름을 인정하시고 연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셔서,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시길 소망한다는 말씀만 남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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