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영의 금요칼럼]이재명의 ‘공인 탐정 자격증’ 공약은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는 관료주의 산물이다

(기고=최자영 교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5번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공인 탐정 자격증 제도' 도입 공약을 발표했다. 탐정업 법을 도입해서 “흥신소·심부름센터와 같은 불법 사각지대를 방치하지 않겠다”, “어린 시절 추리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왜 우리나라엔 셜록 홈스, 아르센 루팡 같은 명탐정이 없을까”, “대한민국은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탐정제도가 없기 때문”, “외국은 공인 탐정제를 통해 미아나 실종자 찾기, 수사나 변호사 조력 전 사실조사 등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제도의 공백 속에 난립한 흥신소와 심부름센터의 크고 작은 불법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곤 한다”, “더 이상 불법을 방치하지 않고 공인 탐정 제도를 통해 국민에게 안전한 사실조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나아가 구체적인 방법으로 “일정 수준의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불법행위 전력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인 탐정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겠다” 등이 그것이다.

이재명의 이 같은 공약은 시종 개념 혼동과 사실 왜곡의 잘못을 범하고 있다. 우선 셜록 홈스같이 유능한 이는 반드시 국가에서 공인된 자격증을 가졌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것이 개념의 혼동이다. 셜록은 정부나 어느 단체에서 주는 무슨 자격증을 가지고 탐정업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셜록은 정부 등에서 공인된 그런 존재가 아니고, 남다른 무슨 경력(스펙)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개인적으로 탐정업에 종사했을 뿐이다.

이재명은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여 셜록 홈스를 키우겠다고 했으나, 이것은 사실을 전도한 것이다. 요즘 TV에 나오는 연속물로 새로운 셜록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재명은 이것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여기에 셜록은 마약중독자의 경력을 가지고 있고, 현재 상태로서 그는 재활교육을 받으러 다닌다. 유능한 셜록은 일면 보통 사람보다 더 못한 자질의 소유자이다. 만일 자격증 제도가 시행이 되어 심사를 받았다면, 적어도 한국에서, 셜록은 마약중독자 이력 때문에 합격하지 못했을 것 같고, 원천적으로 봉쇄당해서 개인 탐정사무소도 개설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재명이 이해한 것과는 반대로, 자격증 제도가 있어서 셜록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격증 제도 같은 것이 없는 풍토에서 셜록이 나온다.

한국 탐정 역사의 내력과 외국의 탐정 공인제도 운운한 것에 관해서도 이재명은 사실을 호도했다. 먼저 전자 관련하여 현재 한국에는 탐정이 있다. 우리나라에 탐정업 법이 없어 셜록 홈스 같은 이가 안 나온다는 이재명의 말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탐정업 법이 없어서 셜록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탐정업을 법으로 금지했기 때문에 안 나왔다. 그런데 겨우 그 법이 풀리고 나니, 이제 다시 그 탐정업 자체를 관료적 규제하에 두려고 탐정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다시 셜록이 나오지 못하도록 시민 민초의 권리를 옭아매려 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의 풍토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유구한 식민지 지배와 독재 정권의 산물이다. 그 선의와 별도로, 이재명은 관료주의적 독재와 독선의 전통을 탈피하지 못하였다.

한국 탐정업의 획기적 계기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마침내 도출된 헌법재판소의 이른바 ‘탐정업 관련 금지의 해제’(2018.6)로 불리는 판시, 그에 따른 경찰청의 행정해석, 신용정보법상 등의 보완 등이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현재 유 점포 탐정 및 무 점포 재택 탐정·취업 탐정을 비롯 행정사·법무사·공인중개사 등 타 직종 종사자의 탐정업무 겸업 포함 8,000여 명이 탐정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상황이 이러한데, 이재명이 현재 한국에 탐정제도가 없다고 단언한 것은 사실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OECD 국가 가운데서 탐정 없는 데가 한국밖에 없고, 탐정업을 못 하게 법률로 막은 데가 한국밖에 없다는 오명을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벗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렵사리 규제가 풀리고 오명을 벗은 지 채 4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공권력에 대한 개인 조사원(탐정 private investigator)의 감시 권한을 관료적 정부 기구의 통제하에 두려는 음모가 끊임없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공인’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탐정업을 규제하고, 시민의 자발적 동력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이다. 그 시도가 잠정적 새 정부까지도 이미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이재명의 ‘공인 탐정’ 발언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났다.

‘현재’ 한국에 탐정이 없다는 이재명의 말은 문재인 정부하에서 있었던 헌법재판소 ‘탐정업 관련 금지의 해제’ 판시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폄훼하는 동시에,, 현재 생겨나고 있는 신고제 탐정의 존재를 탐정으로 인정하기 싫어하는 이들의 지향성을 대변한다. 그러나 탐정업은 정부에서 인정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시민 고유의 권리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 민초에게서 나오는 것이므로, 민초는 정부의 허가를 받고 난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초의 권리는 정부 관료의 권한에 우선한다.

탐정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이재명은 “흥신소, 심부름센터의 불법행위”로 규정했으나, 그것은 참정의 기능을 축소 폄하하고 관료의 통제하에 두고자 하는 이들의 악의적 계략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판시가 있던 그 무렵, 경찰청 무슨 간부를 지냈다고 하는 이가 나와서 미리 설레발을 쳤다. 그 취지는 이제 탐정업을 개설할 수 있는데, 그 기능은 미아를 찾는다든가 채무자를 찾아 돈을 돌려받는다든가 하는 일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정부 권력을 당연히 감시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 시민은 모든 정치 사회적 비리를 대상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 그것은 무슨 자격증을 가지고서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법정의 변호는 변호사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행법에서 적어도 2심까지는 일반 시민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탐정도 변호사같이 ‘특별변호인’으로 선임되어 법정 변호를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조, 김종식, 시민일보, 2021.8.1.) 자격증과 무관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행법에 따라, 대법원(3심) 등에서 적용되는 변호사 강제주의도 폐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민은 누구나 자신을 변호하고 또 타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든 권력의 원천으로서의 시민 본연의 권리이다. 이재명이 도입하려고 하는 탐정 자격제도는 한국판 규제와 억압, 관료주의가 다시 판을 치게 만든다. 자격증 제도가 없는 곳에서 오히려 시민의 동력은 활성화되고, 셜록 홈스도 탄생할 수 있다.

외국에는 공인 탐정이 있다고 한 이재명의 발언도 사실이 아니다. 세계 어디에도 ‘공인 탐정법(공인 탐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법률은 없고, 그냥 ‘탐정업 법’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조례나 규칙 등에 따라 탐정 자격을 취득 또는 부여받은 사설탐정’이건 ‘탐정업 업무 관리법 또는 탐정업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신고·등록된 탐정’이건, 행정권의 지도·감독을 받고 납세 의무를 지면 그 어떤 형태의 탐정이건 개념상으로 ‘광의의 공인 탐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어찌 된 일인지 반드시 ‘공인 탐정법’이라는 이름의 법률이 있어야 하고, ‘공인 탐정’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억지로 구분하자면, 이것은 ‘광의의 공인 탐정’이 아닌 ‘협의의 공인 탐정’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으나, 이런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2007년 탐정업 법을 통과시켜서,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입법 당시 ‘탐정은 공인(公認)할 대상이 아니라 어느 시대건 관리(적정화)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김종식, 시민일보, 2021.12.6)

공인 탐정법’이 아니라, ‘탐정업 업무 관리법률(탐정업 신고제)’ 제정을 한다면 누구든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겠다. 탐정업 관리법 제정을 통해 누가 어디에서 탐정업을 하고 있는지 신고받아 관리에 임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이다. 그것은 진입장벽을 높이는 사전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불법행위로 국민 민초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사후 관리가 되어야 한다. 사후 관리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민초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바로 관료주의적 독재의 발상이다.

관료적 통제의 전통이 이른바 ‘공인 탐정 자격증 제도’를 밀어붙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자격제를 도입하려는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 첫째는 특별한 지식과 이력을 앞세워서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 진입장벽으로 전직 경찰 등 특수한 직업에 종사한 이들을 대상으로 고도의 엄격성을 가지고 ‘정예의 소수’에게만 자격증을 부여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지금까지 국회에서 몇 차례 제안된 적이 있는 탐정업 관련 발의된 법안이 대개 그런 내용을 품고 있다.

둘째, 일부 탐정 관련 교육프로그램 운영자나 협회 또는 학회 등을 앞세우고 있는 인사들이 공인제 혹은 자격제를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는 탐정 자격시험학원 형태의 고수익사업 영위를 염두에 둔 듯하다. 일부 탐정업 관련 ‘파리 떼’(탐정업 법제화를 계기로 자신의 영업이나 입지에 변화를 이루어 보려는 상업주의자 내지는 기회주의자)들의 ‘가면을 쓴 술책(계략)의 입법 청탁’에 의한 ‘법제화 논의’나 ‘법제화’의 시도, 다양한 형태의 입법 로비의 시도를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김종식, 시민일보, 2021.12.6.)

그런데 이 모든 사실의 왜곡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65번째 소확행 공약은 한 가지 분명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시민의 자생적 활력을 약화하고 정부 관료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의지이다. 이재명은 한때 기본소득을 지상의 과제로 했다가 요즈음은 약간의 융통성을 도입하여 한걸음 물러섰다. 부분적 기본소득은 어쨌든 시행할 것이지만, 보편적 기본소득은 그 정도와 시행 시기를 국민 민초의 뜻을 모아 반영하겠다는 점이 그러하다.

국민 민초의 뜻이 존중받는 것이 민주정치이다. 그러나 그 존중은 당위와 권리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대통령이나 어느 위정자가 양해하고 인정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은 개인 탐정업을 국민 민초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서 자리매김하지 않고 정부 등 권력 기관의 허가에 의해 자격증을 받아야만 하는 것으로 규제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이재명은 탐정의 의미를 흥신소 및 심부름센터가 하는 일 정도로 폄훼했다. 탐정업 법을 도입해서 “흥신소·심부름센터와 같은 불법 사각지대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그러하다. 다시 말하면, 이재명이 탐정업 법을 도입하는 이유는, “흥신소·심부름센터와 같은 불법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재명의 이 말은 탐정업의 기능을 “흥신소·심부름센터와 같은” 일에만 한정시키려는 일부 음모론자들의 계략을 반증한다. 이렇게, 탐정업의 기능을 폄하하고 규제 일변도로 돌아서면, 셜록 홈스 같은 마약중독자 명탐정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시민 조사자로서의 탐정의 기능은 한계가 없다. 시민 본연의 의무이자 권리로서 공권력의 비리 부패를 감시하는 것은 탐정의 주요 기능이다. 2007년에 탐정업 법이 통과되어 15년이 지난 일본에서는 현재 탐정 천국이 되어 있다. 신고제로 운영되는 일본 탐정 사무소 개업자는 개인 번호사 개업자 수를 상회한다고 하고, 그 탐정업의 약 15%가 공권력 감시에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의 공인 탐정 자격증 관련 65번째 소확행 공약을 보면서, 입으로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면서도, 그 실제에서는 여전히 관료주의적 독재의 전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이재명의 어설픈 양다리 걸치기는 그가 한 또 다른 말에서 드러난다.

한민수(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부단장)의 전언에 따르면, “이재명이 사회적 대타협(노, 사, 국민)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이재명이 결단하겠다고 한다”.(SBS 뉴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2021.12.7.) 이때 “결단하겠다”는 것은 하다가 안 되면 자기 뜻을 관철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독재이다.

그 “결단”은 “국민의 뜻을 묻고” “사회적 대타협(노, 사, 국민)을 추진”하는 과정보다 시차적으로 뒷순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단‘ 자체가 갖는 독재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또 결단을 내리기 전 대타협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그 대타협이란 개념 자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지칭하는 것인지 불확실할뿐더러, 그다지 현실성이 없다. 이재명이 자신은 남달리 대타협을 끌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기대하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러하다.

이재명의 2-65호 소확행 공약의 하릴없음은 윤석열의 능청과 같이 일면 닮았다. 정작 중요한 핵심을 비껴가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른바 윤석열을 둘러싼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비리 혐의는 물론이고, 최근 장모가 가진(본인 혹은 차명 의혹) 땅이 340억이 넘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시지가, 시가표준액으로 계산하여 그 정도이니 시중 시가로 따지면 엄청나다. 그 면적이 미니 신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라고 한다.

그런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참 정직한 분”이라고 평가하고, 또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집단이 정말 내로남불의 전형이며, 국민을 기만해서 권력을 유지하고 선거를 치르고 하는 아주 부도덕하고 정말 퇴출당해야 할 집단들임을 깨달았다”, “어떤 정권이든지 간에 권력 핵심의 비리를 검찰이 단죄해주는 것이 그 정권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해왔다” 등 취지의 말을 했단다.(한국일보, 2022.2.8.)

문제는 윤석열의 이 같은 평가가 맞나 틀리나 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 직분을 가진 이로서, 정작 자기가 몸담은 검찰 권력의 비리 부패와 자신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를 생략하고, 무슨 타자의 권력만 심판하고 남의 도덕성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틀(프레임)을 전환한 것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문재인의 주변 집단을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평가하는 윤석열 자신이 오히려 파렴치한 내로남불의 전형이 된다.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참 정직한 분”이라고 평가한 것은 자신이 그런 평가를 할 만한 인품이나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무언의 암시이다. 또 “권력 핵심의 비리를 검찰이 단죄해주는 것”이란 말은 검찰 자신은 그런 비리와 단죄의 대상이 아예 되지 않을 만큼 깨끗하다는 무언의 항변이다. 윤석열의 자신과 검찰에 대해 주어지는 혐의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해명 없이 무시로 일관하고, 오히려 자신이 도덕과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능청을 떨고 있다.

그런데, 그런 능청이 윤석열에게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오늘 우리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검찰 권력의 비리 부패에 대해서는 백일하에 드러나도 입도 뻥긋 못하면서, 피라미 같은 흥신소 심부름센터 시민들을 불법을 범하는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웃기는 행태의 능청이다. 누군가에 대한 원망을 힘없는 이, 사회적 갈등이 적게 일어날 만한 곳으로 돌리는 비겁함이다.

심각한 비리에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곳은 가능한 한 피하고, 엉뚱한 데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국힘당 대선후보 윤석열이 흔히 이용하는 수법과 원리상 유사한 맥락에 있다. 감시와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오히려 다른 곳을 공격하거나, 집단을 갈라치기(이간질) 함으로써 예봉을 피하려는 뻔뻔함은, 큰 데는 겁이 나서 못 대들고, 작은 것은 만만해서 심심하면 족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둘 다 정곡을 비껴가는 점에서 그러하다. 마치 국힘당이 대장동 50억 100억 돈거래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사실의 진위는 차치하고, 이재명 부인 김혜경의 소고기 11만 원 가지고 떠드는 것과 같다.

이재명은 공인 탐정 자격증 부여의 전제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불법행위 전력이 없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했으나, 이 두 개념이 다 같이 문제가 있다.

“일정 수준의 지식과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 객관적 학력을 말하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무슨 검증고시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인지 하는 문제이다. 만일 시험을 치르는 것이라면, 변호사들이 변호사업의 시너지효과 차원에서, 또 법무사·행정사·공인중개사·변호사사무장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공인탐정자격을 취득하려 하게 될 전망이다.(김종식, 시민일보, 2021.12.6.)

침고로, 현재 일본 탐정업 법에 따르면, 학력의 제한이 없다. 탐정은 학력과 무관하게 신고를 통해 개업할 수 있고, 탐정협회에서 여는 일정 과정의 연수를 받는 것으로 족하다. 시민 민초의 자기 방어와 공직에 대한 감시 등은 학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당연히 가져야 하는 고유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불법행위 전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개념도 치명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개념은 과거에 “불법행위 전력이 없는 사람”은 확률상 미래에도 불법을 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는 것인데, 현실은 딱히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러한데, 하나는 누구나 항상 가변적이고 특히 남달리 권력을 가지면 썩고 부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공식적으로 불법행위자로 규정되지 않아도 합법을 가장하여 불법을 행하기도 한다. 현재 검찰의 공권력을 가지고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된 검사들이 그 예가 된다. 그래서 사람을 불법행위자인가 아닌가로 가를 것이 아니다. “불법행위 전력이 없는 사람”의 개념이 아니라, 그 누구를 막론하고, 그리고 언제나,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로 사고의 틀(프레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곡은 권력의 크기에 맞게, 비리 부패의 강도에 맞게 규제와 감시의 강도를 정비례하도록 하는 것이겠다. 사적 영역에서는 주관적 의도가 고려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독일의 경우, 공적 영역에서는 의도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피해의 규모에 따라 처벌의 수위가 정해진다. 증명이 안 되는 주관적 의도를 빌미로 처벌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