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모의 이슈진단] 백두산 정상에 오르다

- 북파 백두산 정상에서 안개 걷히는 천지를 보다
- 서파를 통해 백두산 정상에 오르다

열린시민뉴스 | 입력 : 2024/08/12 [16:31]

 

▲ 백두산 천지(24. 8. 5.북파)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땅인 백두산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이런저런 사정으로 차일피일하고 있었다올여름 갑자기 잠깐의 여유가 생기는 바람에 8월 4일부터 백두산에 갔다 오게 되었다백두산 최고봉이 2,744m라고 하니더운 날씨에 좋은 피서가 될 것 같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니 1시간 40분 만에 중국 심양에 도착했다. 점심 식사 후 심양 거리에 한국어 식당과 상점을 보았는데, 북한 식당 앞에 예쁜 아가씨가 한복을 입고 서 있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최근에는 북한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 남한 사람들은 절대 못 들어간다. 들어가면 나가라고 한다고 하면서, 북한에서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이후에는 단속이 더 강화된 것 같다고 한다. 식당 거리를 지나 북릉공원을 둘러보았는데, 북릉공원은 청나라 2대 황제 청태종의 능묘가 있는 곳으로 크기가 큰 편이 아니었기도 하지만,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연꽃 연못과 조형물 등을 대강 훑어보고 나왔다.

 

 

▲ 북릉공원(중국 심양, 24. 8.)    

 

비가 버스 창밖을 몰아치는 것은 보면서 백두산 천지를 보지 못하거나 폭우가 오면 백두산 아래서 통제를 해서 못 올라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일행 중의 어떤 분은 지난번에 왔는데 백두산을 올라가기도 전에 아래에서 못 올라가게 막아서 백두산에 올라가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가이드가 심양서 백두산까지는 600키로미터가 되는데, 한국에서 서울에 비가 온다고 부산에서 비가 오는 것이 아니듯 이곳 날씨와 그곳은 다를 수 있다고 해서 조금 안심을 했다. 이도백하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부터 도로 양쪽과 산비탈 쪽에는 하늘로 쭉쭉 벗은 흰색 자작나무들이 떼를 지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자작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면 백두산 영역에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자작나무들을 보고 한 시간 정도나 지나서야 백두산 아랫마을인 이도백하에 도착했다. 심양에서 이도백하까지 6시간 반 정도 걸렸다.

 

▲ 자작나무(백두산 부근, 24. 8.)    

  

백두산 관광의 출발지인 이도백하진

 

이도백하가 흐르는 이도백하진(二道白河鎭)은 백두산 북파 방면 해발 500m 지점에 자리 잡은 중소 도시이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 안도현 서남부에 위치해 있고, 백두산 관광의 출발지이자 경유지로서 관광기지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흘러내린 물은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의 원천이 되는데, 송화강의 원류인 이도백하는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두 개가 합류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도백하 마을로 가는 도로는 포장이 되어 있어 버스운행에 지장을 받지 않았고, 곳곳에 세워진 큰 호텔이나 숙소들은 웬만한 도시 이상을 연상케 했다. 15년 전쯤엔가 이곳에 왔던 분에 의하면, 그때는 호텔이나 관광지도 거의 없었고 심양이나 연변에서 이도백하까지 오는 길에 화장실이 없거나 뚫린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으며, 이도백하 마을 역시 가난한 농촌 마을이었다고 한다. 중국이 지난 15년 동안 중국이 얼마나 급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는지 이도백하 마을만 봐도 알게 된다고 놀라워했다.

 

북파를 통해 오른 백두산 정상에서 안개 걷히는 천지를 보다

 

다음날 북파를 통해 백두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일찍 버스를 탔다. 이도백하 마을 날씨가 맑아 잘하면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겠다고 기대하고 백두산 북파 관광지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입장하는 사람들 신원 확인 후에 입장했고, 들어가고 나서도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내부에서 3번 정도 내부 버스와 찝차를 갈아탔다. 민간 여행사 버스는 입구에서부터는 들어가질 못하게 되어 있다. 백두산 관광지 입구에서 정상까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수백여 명의 운전기사들은 민간인이 아니고 국가에서 채용한 준 공무원 같았다. 백두산 관광이 계속 증가하니까, 다른 관광지나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가 일자리 제공 차원에서 계획한 일인 것 같았다. 어디든지 중국은 원체 사람들이 많으니까, 입장하는 곳이든 기다리는 곳이든 많은 사람이 줄을 설 수 있게 ㅌ/역ㅌ 통로를 만들어 새치기를 못 하게 하는 등 집단 관리를 잘하는 것 같았다.

 

버스를 갈아타고 마지막에 찝차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는데 구불구불하게 경사진 곳을 한참이나 올라가면서 보니, 폭우가 오거나 눈이 오면 미끄러져서 추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한 날은 아래 입구에서 백두산 정상 입장을 통제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도백하에서 관광지 입구까지 날씨가 쨍쨍했고 백두산 정상에 올라가는데도 날씨가 쨍쨍한데, 백두산 정상에 구름과 안개가 끼어 있는 것이었다. 북파를 통해 백두산 정상에 도착해 천지를 보았는데, 안개 때문에 천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기대하고 왔는데 천지를 전혀 볼 수 없었다. 천지를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라고 하더니, 쌓은 덕이 없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가이드 말이, “오늘 안개는 꼈지만 바람이 부는 것을 봐서는 기다리고 있다 보면 천지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저쪽 부근으로 가서 기다려봅시다하는 것이었다. 가이드 말처럼 그쪽으로 가서 한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바람이 불면서 30초 정도 안개가 걷히고 백두산 천지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를 4번 정도 반복하였는데, 그 덕분에 백두산 천지를 보는 행운을 맞보았다. 장엄하고 완벽한 백두산 천지는 보지 못했지만 안개 낀 백두산 정상과 안개가 걷히며 모습을 보이는 백두산 천지를 본 것은 또 다른 경험이고 감동이었다.

 

서파를 통해 백두산 정상에 오르다

 

백두산 천지를 대표하는 둥그렇고 장엄한 모습은 서파를 통해 올라간 백두산 천지에서 본 광경이라고 한다. 북파에서 완벽한 천지를 보지 못한 안타까움을 서파 백두산에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다음날 아침 일찍 나섰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서파의 백두산 관광지 입구로 갔는데, 갈 때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서파 아래 관광지 입구에 도착했는데도 날씨가 맑지 않았다.

 

입장해서 관광지 버스를 3번 정도 또 갈아타고 백두산 정상 아래에 도착했다. 정상 아래부터 서파 백두산 천지까지는 1,442개의 계단이 있었다. 가이드 말이 오늘은 천지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하니까, 다리가 아프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은 분들은 정상에 올라가지 않고 가이드와 함께 그곳 휴게실에서 있기로 했다.

 

수만 리 길을 찾아왔고 정상이 코앞인데 멈출 수는 없는 일, 사람들과 함께 올라갔다. 왕복 넉넉잡고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로 생각보다 힘든 것은 아니었다. 중간마다 계단에 100계단 250계단 하는 식으로 표식을 해놔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돌계단이 하나였는데, 옆에 나무 데크식으로 계단이 더 만들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이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한편, 예전에는 개인이나 단체가 독립적으로 백두산까지 자유롭게 등산을 하기도 했고, 길을 올라가다 옆길로 내려가 계곡물을 만진다든가 꽃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정해진 길 외에 개별적인 자유등산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보호는 되겠지만 등산가들에게는 섭섭한 소식일 것 같다.

 

한편, 계단을 올라가다보니 중간중간 계단 양쪽에 의자에 나무를 끼워 사람을 나르는 가마택시들이 있었다. 정상까지 올라가기 힘든 사람들은 돈을 내면 남자 두 명이 의자형태의 가마택시를 어깨에 메고 정상까지 올려다 주는 것이었다. 맨 아래는 우리 돈으로 10만원,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8만원, 6만원, 4만원식으로 감액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안개가 낀 날씨라 천지도 못 볼 텐데, 그런 돈을 들여서 인력거를 타고 천지에 갈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여러 사람 특히 노인분들이 의자인력거를 타고 백두산 천지에 올라갔다. 우리는 백두산 천지를 보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그들에게는 백두산 천지라기보다 영험한 백두산 정상에 올라갔다 왔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백두산의 경우에 천지를 보았느냐가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는 있지만, 설악산이든 에베레스트산이든 산을 가면 정상에 올랐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일 수 있다.

 

▲ 가마택시(서파 백두산, 24. 8.)    

 

흰머리 백두산은 한민족, 중국, 만주족의 영산

 

백두산(白頭山)은 높이 2,744m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북한과 중국 국경에 있는 화산이다. 산머리가 1년 중 8개월이 눈으로 덮여 있는 데다가 흰색의 부석(浮石)들이 얹혀 있어서 흰머리 산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는 백두산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장백산(長白山)이라 부른다.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이르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한반도의 기본 산줄기로서 모든 산이 여기서 뻗어 내렸다 하여 예로부터 우리 한민족에게는 민족의 영산으로 숭앙 되어 왔으며, 환웅이 무리 3,000명을 이끌고 제사를 열었다는 태백산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또한, 만주족의 기원 신화의 중심지 또한 백두산이며 청나라 시절 백두산은 만주족의 영산으로써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2024327일 백두산을 비롯한 18개 후보지를 장백산으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새롭게 인증했다. 유네스코는 장백산에 대해 "화산이 형성되는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화산활동의 야외교실 같은 곳"이라고 평가하고, "정상에 있으며,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높은 화산호인 천지는 절경을 선사한다"라고 소개한다.

 

한편, 걱정되는 것은 백두산이 주기적으로 화산폭발을 해왔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나타난 기록을 통해 살펴볼 때, 위키백과에 의하면, 900년도 이후 50100년 간격으로 계속 화산폭발이 있었고, 조선왕조실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 2(1420) 5, 천지의 물이 끓더니 붉게 변했다. 소떼가 크게 울부짖었고 이러한 현상은 열흘 이상 지속됐다. 검은 공기는 인근 지역으로 가득 퍼졌다." "현종 9(1668) 4, 한양과 함경도 등 일대에 동시에 검은 먼지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숙종 28(1702) 6, 한낮에 함경도 지역 일대가 갑자기 어두워지며 비린내가 나는 황적색 불꽃이 날아왔다. 사방에 생선 썩는 냄새가 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눈송이같이 날아다니던 재는 1(3cm) 두께로 쌓였고, 재는 마치 나뭇조각 같았다."

 

마지막 화산폭발은 1925년에 있었는데, 주기적으로 볼 때 2025~2300년 사이에 백두산 폭발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백두산에 화산폭발이 되면, 지진과 함께 천지에서 20억톤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송화강, 압록강, 두만강 유역으로 흘러가 대규모 홍수 피해가 예상됨과 동시에, 북한하고 중국 일대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화산폭발로 분출되는 화산재는 대한민국과 일본, 러시아, 대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형적인 자연재해를 어느 정도까지 막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백두산 여행이 주는 의미

 

백두산에 갔다 오려고 마음먹은 것 중의 하나는 백두산이 우리나라의 땅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몇 시간이면 갈수 있는 백두산을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거쳐 하루종일 가야 했고, 중국에 도착한 이후, 관광지를 비롯하여 안내방송 모두에서 백두산 대신에 창바이산(장백산)이라는 말만 듣다보니, 내가 백두산에 온 것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북한이 통일하든가 당분간 통일이 어려우면 일단 남북한이 서로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고 국가 간 외교나 통상을 하면서 독립적으로 왕래할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완벽한 백두산 천지를 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젠 안개 낀 백두산 천지도 보고, 안개가 걷힌 백두산 천지도 보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간직하려고 한다. 중국 어르신들이 돈을 내서라도 백두산 정상에 오르듯이, 필자도 백두산 정상을 갔다 온 것에 더 방점을 찍기로 했다. 한편, 필자 자신만의 경험인지는 모르겠는데, 백두산은 큰 안정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운을 충전시켜준 것 같았다. 백두산이 영험한 산인 것 같기는 하다. 더운 여름을 피해서 간 백두산은 필자의 2024년 여름을 멋있게 장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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