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공직선거법 251조(후보자비방죄) 조문중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자’에 관한 부분은 위헌 결정- 후보자비방죄는 공론의 장에 뛰어든 사람의 명예를 일반인의 명예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여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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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1994.3.16. 제정된 공직선거법 제251조의 조문중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허위사실공표죄 중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자’에 관한 부분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나[합헌], 공직선거법 제251조 후보자비방죄 중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관한 부분은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위헌]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란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을 의미하며, 후보자가 되려는 자는 선거기간 중에 후보자가 될 것이라고 예비후보자 등록 등 객관적 징표로 출마 의사를 표시한 자를 의미한다.
이번 위헌 결정에 헌법재판관 9명중 6명의 재판관들(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선, 김형두, 정정미)이 위헌 결정에 찬성하였으며 재판관 3명(정형식, 이종석, 이은애)는 반대의견을 내고 공직선거법 제251조 후보자비방죄 중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와 관련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헌법소원 사건은 2018.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여 낙선한 바른미래당 소속 양건모 노원구청장 후보가 1심과 항소심에서 6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2023.3.15.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와 제251조에 대해 위헌법률제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에서 기각하자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헌법소원을 청구하여 공직선거법 제251조의 일부 단순위헌 결정을 받았다.
공직선거법 제251조(후보자비방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ㆍ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ㆍ벽보ㆍ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候補者가 되고자 하는 者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ㆍ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단순위헌, 2023헌바78, 2024. 6. 27, 공직선거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된 것) 제251조 중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
이 헌법 소원 청구인 양건모는 더불어민주당 구청장후보 경선에서 컷오프 된 후 경선을 끝내면서 2018.4.22.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의원, 김성환 노원병 국회의원 예비후보, 오승록 구청장 예비후보 등이 후보자가 되려는 자신들을 비방했다고 고소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양건모 후보의 선거사무장 이였던 김상민(정의연대 사무총장)은 경선을 마치며 쓴 네이버 블로그 글 ‘다산의 목민심서를 읽고-6.13 지방선거와 노원의 적폐청산’이라는 글이 자신들을 비방했다며 양건모 후보와 함께 고소하여 2023.2.2.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헌법상 지 위와 성격, 선거의 공정성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는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서 부득이하게 선거 국면에 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입법목적 달성과의 관련성이 구체적이고 명백한 범위 내에 서 가장 최소한의 제한에 그치는 수단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적표현에 대하여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하여야 하고, ‘금지 를 원칙으로, 허용을 예외로' 해 서는 안 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선거운동 등에 대한 제한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 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의 규제에 관한 판단기준으로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 헌재 2022. 7. 21. 2017 헌바100등)”고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 위헌 결정의 이유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으로 처벌하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들 사이에 고소와 고발이 남발하여 장차 실시될 선거를 오히려 더욱 혼탁하게 보이게 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유권자들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들의 능력, 자질 및 도덕성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게 된다”며 당내 경선에서 후보자가 되고자 자들간의 고소 고발을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법 재판소는 청구인이 청구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 다 음 -
<침해의 최소성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제한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1항이 사생활 비방만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정한 비방의 대상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남을 헐뜯어 말함으로써 그의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사실이면 허위의 사실인지 진실한 사실인지를 불문하고 모두 해당하게 된다. 그러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공직 적합성에 관한 부정적 사실을 지적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그를 헐뜯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 비방행위가 허위사실에 해당할 경우에는 이 사건 허위사실공표금지 조항으로 처벌하면 족하다. 그러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허위가 아닌 사실에 근거하여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 이에 대한 반박을 하도록 하여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능력, 자질 및 도덕성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얻도록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으로 처벌하게 되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들 사이에 고소와 고발이 남발하여 선거를 혼탁하게 보이게 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유권자 들의 공직 적합성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게 된다.
○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없더라도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여 그 가벌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 독일, 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진실한 사실 적시에 의한 후보자 비방을 독자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발견할 수 없다.
○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 단서에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규정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직후보자는 공적 인물이므로, 진실한 사실에 해당할 경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를 또다시 가릴 필요성이 낮다. 게다가 일단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경우 그러한 사실을 표현한 사람은 수사나 형사재판에 소추될 위험성에 놓이게 되고, 수사기관 및 재판기관에서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공익성이 입증되고 판단될 것인지 불확실하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 ‘사실 적시 비방행위’를 형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고 공직선거법상의 특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의 법정형이 형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보다 더 중하고, 공직선거법상 특칙이 적용되는 경우 위반자에게 더 큰 불이익이 부여되는 것인데, 이는 스스로 공론의 장에 뛰어든 사람의 명예를 일반인의 명예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다. 또한 공직선거법상 특별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 및 재판기관이 선거결과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수사와 재판 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도 있다.
○ 따라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
○ 선거의 공정이란 선거의 혼탁을 방지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직 적합성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고 이에 근거하여 최선의 사람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사실을 그것이 허위인지 진실인지를 불문하고 비방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제한하게 되면,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인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 또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자발적으로 공론의 장에 뛰어든 사람이므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어느 정도 감수하여야 한다.
○ 그러므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결론>
〇 결론적으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 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이 사건의 청구인인 양건모 정의연대 상임이사는 “청구인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비리연루가 있는지 없는지도 정확히는 모를 뿐만 아니라, 설령 비리연루가 있었다고 해도 언론을 통해 알 수밖에 없고 언론에 알려진 내용을 알렸을 뿐이었다”며 “고소인들이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말을 쓴 적도 없는 청구인이 <후보자가 되려는 고소인들이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허위사실을 말했기 때문에 고소인들을 비방했다>라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미흡하다며 “공직자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제2항과 제251조(후보자비방죄)는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지나 거의 봉쇄 수준이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이들 조항을 삭제하고 공직자의 명예훼손은 형사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민사적으로 해결하도록 비범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정의연대 사무총장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으로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도 이 점을 강조하여 2001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회원국들에게 명예훼손의 비형사 범죄화를 촉구해 왔다”며 “명예훼손에 대하여는 형벌보다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명예훼손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하는 형사법 규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고 밝혔다.
실제 유럽평의회 회원국들은 형사법에 규정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였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도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한국에 2차례나 명예훼손죄를 형사적인 방법이 아닌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명예훼손의 비범죄화 권고문을 보내온 바 있으나 선진국 수준의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어 김상민 사무총장은 "이 사건이 지난해 3월에 접수하였는데 1년이상 헌재 결정이 늦어 지면서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헌재의 늦장 판결을 비판했다.
이 헌법소원은 법무법인 정도의 이명춘 변호사와 최건섭 변호사가 대리하였다. 이명춘 변호사는 1994년 제정된 공직선거법 후보자 비방죄가 30년 만에 일부 위헌 판정을 받은 의의에 대해 “이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자발적으로 공론의 장에 뛰어든 사람이므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어느 정도 감수하여야 한다”며 “후보자 비방죄에서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 대한 부분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다소 미흡하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예비후보자 등에 대한 비방죄 조항은 즉시 무효가 됐다. 이에 따라 과거 합헌 결정이 있던 2013년 6월 27일 이후 해당 조항에 근거를 두고 처벌받은 자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위헌 결정과 관련하여 벌금형을 확정판결 받은 피고인 양건모와 김상민은 원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